“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기 때문에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시인의 그 유명한 시구절.존재와 인식, 관계의 시작에 대한 심오한 선언이다.관찰이 존재를 만든다고 한다.양자역학에 “관찰자 효과”라는 개념이 있다.입자의 상태는 그것이 관측되기 전까지는 확정되지 않는다.이중 슬릿 실험에서 빛은 파동처럼 퍼지다가, 관찰자가 시선을 두는 순간,하나의 입자로 ‘굳어져’ 나타난다.우주는 누군가가 바라보기 전까지, 끝없이 가능성일 뿐이다.그 말은 곧,우리가 바라보는 순간에야 세상은 비로소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는 것이다.이름을 부른다는 것.그것은 존재를 받아들이는 일이다.그러기에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건,그 존재를 인식하는 일이며,그 존재를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