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한 줌의 흙이었습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고,
누구의 기억에도 머물지 않는
그냥,
어디에나 있는 흙이었습니다.
발에 밟히기도 하고,
비에 씻겨 떠내려가기도 하며,
어디에 머물러도 늘 조용히 가라앉는.....
그런 흙이었습니다.
그런 나를
하느님이 당신의 손으로 집어 들었습니다.
모래처럼 흩어지던 나를,
손안에 꼭 쥐듯 가만히 끌어안으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내게 ‘모양’을 주셨습니다.
비틀린 부분은 어루만지시고,
깨어진 틈은 눈빛으로 메우셨습니다.
내가 사람답게 되어가던 그 순간,
그분은 조용히
당신의 숨을 내 코끝에 불어넣으셨습니다.
뜨겁고,
깊고,
따뜻한 숨결.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나는
그분의 숨으로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을.
나는 내가
고장난 몸과 마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버려진 존재,
쓸모없는 흙덩이라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그분은,
그렇게 작고 깨진 나를
‘당신 닮은 형상’으로 빚으셨습니다.
세상이 외면한 나를,
당신의 눈동자처럼 품으셨습니다.
나는 여전히 흙입니다.
때로는 지치고,
무너지고,
쉽게 상처받는 흙입니다.
하지만
그 흙 속엔
하느님의 숨결이 살아 있습니다.
그 숨이 나를 다시 일으킵니다.
그리고 오늘,
나는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하느님,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아무것도 아닌 나’를 사랑하셨습니다.
당신의 손으로 나를 만드시고,
당신의 숨으로 나를 살리셨으니,
이제 나는,
그저 흙이 아니라
사랑받은 흙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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