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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네 시 반,
나는
맨발로 바닷가를 걸었습니다.
발밑의 모래는
아직 밤의 체온을 품고 있었고,
밀려왔다가
밀려가는 파도는
어둠 속에서도
나를 안아주듯
다가왔습니다.
.
.
.
파도는 말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취는
마치 한 폭의 산수화처럼
모래 위에
조용히
남아 있었습니다.
누가 그렸을까요?
그 어떤 화가도 흉내 낼 수 없는,
세상의 가장 자연스러운 붓질.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그림은 다시
새로워졌습니다.
지워지기 때문에
더 아름답고,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더
진실한
것들.
나는 그 모래 그림 앞에
조용히 서 있었습니다.
.
.
.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 아침,
내가 바다에 온 이유는
‘기다림’
때문이었습니다.
해가 뜨기 전,
어둠은 가장 짙어지고,
그 어둠을 뚫고 떠오르는 햇살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희망이었습니다.

나는 그 그림을 바라보며 기도했습니다.
“지워져도 괜찮다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고,
오늘의 나도, 충분하다고.”
파도가 스쳐간 자리에 남은 건
한 폭의 풍경이 아니라,
내 마음의 결이었습니다.
.
.
.
....^_^

그리고 마침내,
수평선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해가 뜨는 걸 기다리던 사람이었고,
그 기다림 안에서
어느새
다시,
나 자신을 만나고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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