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조용했습니다.
그 길 위엔 아무도 없었고,
단지 내 발자국만이 뒤따라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쯤에 서 있는 걸까.
앞이 아닌,
안을 향해 걷고 있었음을
이제야 알아차립니다.
거센 파도가 지나간 자리처럼
내 마음엔
여전히 젖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엔
한 송이 기도가 피어나고 있었습니다.
침묵의 기도는 소리를 갖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그 울림은 바위마저도 울릴 수가 있습니다.
나는 소리 내어 말하지 못했던 이름들을
가슴 속에서 하나씩 꺼내어
작은 빛으로 닦아내었습니다.
그 이름들은 내게 상처일때도 있었고,
때로는 구원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내가 미워했던 그 사람들도
기도하는 사람이었을지 모릅니다.
누군가를 용서한다는 건,
그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무너진 계단 하나를 다시 놓는 일입니다.
그 계단은 겉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내 마음 가장 깊은 곳에서
삶의 중심을 향해 나아가는
은밀하고 단단한 경로입니다.
예전의 나는 그 길을 몰랐습니다.
이제 나는 그 길을 되짚어 걷고 있습니다.
넘어졌던 자리마다
하나의 계단이 생기고,
주저앉았던 자리마다
작은 문이 열렸습니다.
아무도 보지 못한 나의 여정은,
이제 비로소 나를 나로 되돌려주는 길이 되었습니다.
이 계단은 누군가가 놓아준 것이 아닙니다.
테레사의 침묵,
루미의 시,
프란치스코의 맨발,
노자의 고요.....
그 모든 영혼의 흔적들이
내 안에서 다시 태어난 기도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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