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을 청하려 누워있을 때면,
오늘 있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오늘 내 입으로 내뱉었던 말들이
하나씩 다시 떠오릅니다.
하지 말 걸 그랬던 말,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말,
하지 못한 말들이 뒤섞여
마음을 흔들어 회색빛으로 물들입니다.
가만히 있으려 해도
어디선가 생각이 끼어들고,
그 생각이
또 다른 생각을 부르고…
그렇게 내 마음은
늘 어딘가로 끌려다니는 중이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복잡한 생각이 많은 것일까…”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이렇게 생각이 많고,
마음이 복잡해지는 순간은
내가 뭔가 잘못되었기에 그런 것 같았고,
수행이 모자라서 그런 줄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이 말 한마디가 가슴을 때렸습니다.
"마음에 번뇌 없기를 바라지 말라.
번뇌가 없으면
배우는 마음이 생기지 않나니,
그러므로 성인은
번뇌를 도를 이루는 인연으로 삼는다.”
생각해 보면,
가장 많이 흔들렸던 순간에
나는 가장 많이 깨어 있었고,
가장 괴로웠던 밤에
나는 삶에 대해
가장 많이 질문을 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 끝에서,
작은 희망의 불씨 하나를 찾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래 그거야.
흔들리고 있는 건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야.
내가 복잡한 건,
그건 바로 성장하려는 움직임이야.”
그랬습니다.
나에게 번뇌는
지워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잘 데리고 가야 할
내 안의
또 하나의 나였습니다.
이제 나는 번뇌를 없애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대신,
그 번뇌에게 말합니다.
“그래, 그렇게 복잡했구나.
많이 어지러웠겠구나.
그런데
지금은 조금만 조용히 있어주면 안 되겠니?
그래주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다독이다 보면
생각은 줄어들지 않을지라도
그 자리에
고요가 서서히 자리를 펴고 앉습니다.
“그래요.
번뇌는 나를 혼란스럽게 흔들려고
오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번뇌는 나를 깨우기 위해 찾아온
손님과 같은 존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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