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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위에 비친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나는
나인지, 호수인지,
하늘인지 헷갈리고 말았지.
오래된 벤치는
이미 나를 품은 지 오래고,
솔향기 품은 바람은
이미
나의 숨이 되어 들고나고 있었지.
내가 바라보던 풍경이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 그 순간,
나는 그제야 알 수 있었지.
내가 자연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
자연이 이미 나를 비추고 있었다는걸.
하늘은 호수의 거울을 빌려
진작부터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었지.
내 안의 슬픔을 토닥여주고 있었던
소나무 가지의 흔들림들까 지도.....
벤치 위에 나는
자연이라는 무대 위에서
잠시 앉아 숨을 고르던 한낮 나그네일 뿐이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자연은
나의 삶을 준비하고,
나의 이야기를 기다려왔던 주인공이었으니까.
그래서일까
그날 이후, 나는 자꾸만
내가 천은사를 찾는 게 아니라,
천은사가 나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네.
나는 오늘도
자연이 보내준 초대장을 손에 꼭 쥐고 앉아
천은 지 벤치에서 숨을 고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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