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흔들린다는 것에 대하여
"나, 이상해진 것 같아."
처음엔 그저 작은 변화였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유 없이 가슴이 답답했고,
무언가 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꽃을 봐도 예전처럼 예쁘지 않았고,
좋아하던 노래를 들어도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그냥 좀 우울한 거겠지.
기운 내봐.
산책이라도 하면 나아질 거야."
"의지가 약해져서 그런 거야. 정신 차리고 좀 움직여봐."
나는 스스로를 다그쳤다.
좀 더 의지를 내면 괜찮아질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증상은 더 깊어졌다.
무엇보다 가장 고통스러운 건,
주변 사람들이 나의 이 감정을 ‘성격의 문제’라고 바라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것은 내 의지의 문제가 아니었다.
파킨슨병은 단순히 몸을 굳게 만드는 병만이 아니었다.
내 마음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감정까지 앗아가는 병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사람을 만나기가 무서웠다.
대화 도중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려왔다.
평소 친한 친구들조차 만나는 게 힘들었다.
작은 소리에도 깜짝 놀라고,
불안은 한밤중에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하루는 방에서 혼자 앉아 있는데,
누군가 내 옆을 지나가는 그림자가 보였다.
분명 아무도 없는데도,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집 안에서조차 안전하지 않다는 기분이 들어, 두려움에 휩싸였다.
나는 결국 방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이대로 내가 미쳐가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가 너무나 두려웠다.
혼자선 도저히 견딜 수 없는 상태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담담하게 말했다.
"파킨슨병에서 우울감과 불안, 심하면 환각까지 올 수 있어요.
마음이 약해서 그런 게 아니라, 뇌 안의 균형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이 말에 나는 멍해졌다.
마음이 약한 게 아니라니, 그건 내 탓이 아니라니.
사실 그동안 가장 괴로웠던 건, 내 증상 자체보다 나를 향한 비난이었다.
스스로를 향한 비난,
주변의 오해 속에 숨어 혼자 울고 있던 내 마음이었다.
나는 이제야 깨닫는다.
내 마음의 흔들림은 내 잘못이 아니다.
나는 내가 아팠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이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도 조금씩 배워나가기로 했다.
먼저 나는 매일 내 마음을 낙서장에 쓰기 시작했다.
오늘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적었다.
"오늘은 불안했다.
오늘은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괜찮았다."
처음엔 그저 써 내려가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흘렀지만,
하루하루 지나면서 감정의 파도를 조금씩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 가족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던 가족도 내 이야기를 듣고,
나와 함께 병원 상담에 가고,
책을 읽으며 내 증상에 대해 함께 공부하기 시작했다.
내 마음의 변화가 무엇 때문인지,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 알고 나니,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리고 이제는 내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사람들의 존재가
너무나 감사하다.
파킨슨병과 함께하는 삶은 여전히 쉽지 않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
마음의 균형을 찾는 것도 나의 치료 과정 중 하나라는 것을.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친절해지는 일이라는 것을.
파킨슨병 환자의 마음속에는 ‘꺼진 불’처럼 가라앉는 감정이 있다.
그러나 그건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이 보내는 ‘도움 요청’이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그 마음을 외면하지 말자.
내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친절히 받아들이자.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용기는,
나의 감정을 인정하고,
도움을 구하는 일이라는 걸 잊지 말자.
마음의 흔들림이 있다는 것은,
당신이 살아있다는 증거니까.
당신의 오늘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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