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빠르게 움직이는 자를 칭송하지만,
지혜는 언제나 방향을 묻습니다.”
그 말이
처음 가슴에 들어왔을 때,
나는 숨을 멈춘 듯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나는 너무 오래,
너무 빨리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끝에서,
무릎을 꿇고 말았었죠.
파킨슨병이 처음
내 몸을 뒤흔들었을 때,
솔직히 나는 많이 두려웠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이전처럼' 살 수 없다는 사실이....
빠르게 걷던 걸음,
잰걸음으로 처리하던 일상,
계획된 속도로 굴러가던 시간들....
그 모든 것이 무너진 자리에서
나는 야율초재를 만났습니다.
야율초재는 말했습니다.
“정복은 빠르나, 통치는 느리다.
전쟁은 시작이지만,
질서는 그 끝을 완성하는 일이다.”
칼로는 얻을수 있으나 ,
다스리는 것은 '법'이라는것을.....
징기스칸이
세상을 집어삼킬 듯 달리던 그 순간,
그의 곁에서 야율초재는 말없이
‘질서의 지도’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빠른 말발굽이 도시를 쓸어버릴 때,
그는 그 재 위에
‘사람의 삶’을 다시 세우고 있었던 것이죠.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속도는 방향이 될 수 없다는 것.
정복은 지배가 아니라,
돌봄이 되어야 한다는 것.
나도 이제는 빨리 걷지 못합니다.
하지만
멈추어 선 자리에서
나는 더 많은 것을 봅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걷다 보니
꽃잎 하나가 흔들리는 것도 보고,
바람이 나뭇가지에 머물다 가는 것도 느낍니다.
빨라서 보지 못했던 것들이,
느림 속에 다 와 있었더군요.
방향이 틀리면,
속도가 빠를수록 멀어지게 됩니다.
속도가 빠른 세상은
우리를 조급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 ‘조급함’은 언제나 '방향 감각'을 잃게 만들죠.
나는 병이 준 느림 덕분에
오히려 다시 방향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야율초재는
몽골 제국이라는 거대한 수레의
‘바퀴 정렬자’였습니다.
강한 힘을 가졌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몰랐던 제국에
그는 방향을 잡아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도,
지금 내 삶의 수레를
다시 ‘나를 향해’ 굴리고 있습니다.
비록 느리지만,
이 길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습니다.
당신의 속도는 안녕하신가요?
오늘,
혹시 너무 빠르게 살아오신 건 아닌가요?
해야 할 일보다
가야 할 길을 먼저 묻고 계신가요?
혹시 ,
그러고 계시다면
지금,
숨을 한 번 고르고
야율초재처럼
‘방향’을 물어보는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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