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쓴 글씨를 보고
사람들은 제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다 봅니다.
너무나 의외라면서요.
물론, 파킨슨 질환증세 중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워낙 제 글씨가 악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같은 글씨체를 일명 “토룡체(吐龍體)”라고도 하지요.
마치 용이 불을 토해내듯 삐뚤빼뚤 흩날려,
쓰고 나서도
그 글씨를 쓴 나조차도
도무지 무슨 말을 써 놓은것인지
알기 어려울 때가 많기 때문이지요.
ㅎㅎㅎ
정신자세가 흐트러져서 일까요?
아니면 손재주가 없어서-요?
아닙니다.
돌이켜보면,
마음이 늘 바빴기 때문이었던 같습니다.
제가 자라던 어린 시절엔
지금처럼 조기교육이란 게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입학 전 준비라 해봐야
겨우“가갸거겨” 몇 자,
앞서가는 집이라해도 천자문에
조금 더 나아가
사자소학, 명심보감 몇 구절 정도가 대부분이였지요.
국민학교에 들어가서야
비로소 글자 쓰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자모를 쓰고,
읽고, 또 쓰고.
숙제도 늘 따라 쓰기였는데,
제 마음은 언제나 조급했습니다.
“얼른 끝내야지. 그래야 다른 일을 좀 더 할 수 있을거야.”
그 마음 때문에 저는 늘 글씨를 서둘러 적었고,
그 습관이 쌓여
저를 오늘날 토룡체의 대가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악필이라 부끄럽긴 합니다.
하지만,
그 토룡체 속에도 제 마음이 있다는 것.
어린 시절의 조급함,
먹고살기 바빴던 시대의 결,
그리고 지금까지 이어져 온 제 삶의 흔적.
그래서일까요?
오히려
명필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비록 내 글씨는 서툴고 우습지만,
그들의 글씨를 통해
사람과 시대,
인연을 배우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못난 글씨에서 시작된 이 여정이,
결국은 우리 글씨의 뿌리와
그 시대의 이야기로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렇게 제 고백으로 1편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명필이 아닌 제가
오히려 더 마음이 끌려버린
명필들의 이야기.
다음 편부터는 삼국과 고려,
돌에 새겨진 글씨들을 따라
우리 역대 명필들의 세계로 발걸음을 옮겨가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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