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즐거운 인생

같은 승전의 밤, 다른 심장의 박동.

by the present 2025. 9. 3.
반응형

무엇을 새로 세울 것인가?

(제도, 예산, 산업지도)

무엇은 끝까지 지킬 것인가?

(법치, 절차, 표현의 자유, 사회적 신뢰)

수단은 정당한가?

(숙의·합의, 투명성, 절차적 정당성)

.

.

.

.

승리의 다음 장에서 두 마음은 늘 부딪힙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바꿀 용기”와

“공동의 약속을 지킬 절제”.

두 박동이 함께 뛸 때,

역사는 조금 덜 아프게 흐르게된다지요.....^_^

ㅎㅎㅎ

.

.

.

1380년 9월.

가을 바람이 낙엽을 거느리고

성을 스치던 밤이었지요.

황산에서 왜구를 격파하고 돌아오던 길(황산대첩)

전주에 이르러

태조 이성계와 포은 정몽주 두 무리는 각자 갈라서게됩니다.

한쪽은 오목대에 불을 밝혔습니다.

술상이 돌고,

승전의 열기가 사람들 얼굴에 붉게 번지고 있었습니다.

이때 이성계는 옛 노래 한 구절을 떠올립니다.

큰 바람이 일고, 구름이 치솟는다는......

이성계는 오목대에서 승전 연회를 열고,

한고조 유방의 노래로 알려진 ‘대풍가’를 읊었다고 전하죠....?

나라의 기틀을 다시 세우자는 노래.

그 노래는 새 질서의 설계도처럼 포부를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쪽,

남고산성의 만경대에는 조용한 발걸음이 올랐습니다.

성벽 너머 산의 윤곽을 바라보며,

오래된 도읍의 흥망을 마음에 겹쳐넣고 있는

또 한 사람.

“천 길 높은 마루에 비껴 선 돌길,

올라서니 마음은 어찌할 바 없다.”

그의 시선에는

승전의 환호보다 먼저,

무너뜨리면 안 되는 것들의 얼굴이 지나갔습니다.

“푸른 산 아스라이 부여의 옛터,

노란 잎 흩날리는 백제의 성.”

역사는 번영과 몰락을 번갈아 입는다는 사실과

그 앞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먼저 꺼내 든 사람.

그는 스스로를 다그칩니다.

“백 년의 호기가 한 서생을 그르치나니.”

설령 시대가 바뀐다 해도,

마음이 먼저 무너지지는 않겠다는 결기였습니다.

같은 밤,

같은 하늘 아래에서

두 마음은 엇갈렸습니다.

오목대의 노래는 “무엇을 새로 세울 것인가”를 묻습니다.

국경을, 제도를, 권력의 물줄기를

다시 놓아야 한다는 창업의 상상력.

만경대의 시는

“무엇을 끝까지 지킬 것인가”를 묻습니다.

정의와 충성, 법도와 기억,

말 그대로 ‘나라의 마음’을 붙드는 수호의 마음.

우리는 종종

승리의 다음 장에서 이 질문과 마주 서게됩니다.

"이길 수는 있다.

그러나 이긴 다음이 진짜 시작이다.

세우는 자는 지키는 자의 눈을 가져야 하고,

지키는 자는 세우는 자의 용기를 빌려야 한다.

두 마음이 서로를 품을 때만,

역사는 덜 아프게 넘어간다."

오목대의 등불이 흔들리고,

만경대의 바람이 깊어지는 밤.

한쪽은 새벽을 부르고 있고,

다른 한쪽은 해 질 녘의 성곽을 붙들어맵니다.

생각해봅니다.

오늘의 나에게도 두 마음이 필요하다는것을......

지나간 것을 무턱대고 허물지 않을 마음,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과감히 재배치할 용기.

한 손에는 도리(道理)를 !

또 다른 한 손에는 변화(變化)를 ! 쥐고 걸을 때,

비로소 길은 길답게 나를 데려갈 것입니다.

누구나 삶의 변곡점 앞에 서게되면

노래와 시 사이를 오고 갈 수 있습니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

무엇을 지킬 것인가?

만일 당신의 오늘이

이 두 질문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언덕 위의 바람일지라도.

성곽 위의 침묵일지라도.

큰 바람이든, 작은 숨결이든....

감사합니다.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에는

남고산성의 만경대(萬景臺)라는 곳이 있습니다.

남고산성은 견훤이 후백제를 건국했을 때 세운 산성으로

천경대, 만경대, 억경대라고 불리는 봉우리를 둘러싸고 있지요.

만경대에 오르면 그 명칭처럼 ‘만 가지의 경치’가 보인다고하는데

이곳 만경대의 한 바위에는 ‘만경대(萬景臺)’라는 글씨와 함께

정몽주가 남겼다는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고려 말 정몽주는 이성계와 함께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의 황산에서 왜구와 싸워 크게 이겼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개경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주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만경대에 올라 자신의 심회를 시로 읊었다고 합니다.

 

 

전주 만경대 암각서

.

바위에 새겨진 시는 정몽주의 문집인 『포은집』 제2권에 ‘登全州望景臺(전주 망경대에 오르다)’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千仞岡頭石徑橫 천 길 높은 산마루에 돌길 비껴 있는데

登臨使我不勝情 올라서자 내 심정 견딜 수 없게 하네

靑山隱約扶餘國 푸른 산 아스라한 곳이 부여국이요

黃葉繽紛百濟城 누른 잎 흩날리는 곳이 백제성이라

九月高風愁客子 구월의 고풍이 나그네를 시름케 하고

百年豪氣誤書生 백년의 호기가 서생을 잘못되게 했네

天涯日沒浮雲合 하늘가엔 해가 지고 뜬구름만 모이니

惆悵無由望玉京 서글퍼라 서울을 바라볼 길 없어졌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