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새로 세울 것인가?
(제도, 예산, 산업지도)
무엇은 끝까지 지킬 것인가?
(법치, 절차, 표현의 자유, 사회적 신뢰)
수단은 정당한가?
(숙의·합의, 투명성, 절차적 정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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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의 다음 장에서 두 마음은 늘 부딪힙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바꿀 용기”와
“공동의 약속을 지킬 절제”.
두 박동이 함께 뛸 때,
역사는 조금 덜 아프게 흐르게된다지요.....^_^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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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0년 9월.
가을 바람이 낙엽을 거느리고
성을 스치던 밤이었지요.
황산에서 왜구를 격파하고 돌아오던 길(황산대첩)
전주에 이르러
태조 이성계와 포은 정몽주 두 무리는 각자 갈라서게됩니다.
한쪽은 오목대에 불을 밝혔습니다.
술상이 돌고,
승전의 열기가 사람들 얼굴에 붉게 번지고 있었습니다.
이때 이성계는 옛 노래 한 구절을 떠올립니다.
큰 바람이 일고, 구름이 치솟는다는......
이성계는 오목대에서 승전 연회를 열고,
한고조 유방의 노래로 알려진 ‘대풍가’를 읊었다고 전하죠....?
나라의 기틀을 다시 세우자는 노래.
그 노래는 새 질서의 설계도처럼 포부를 흔들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쪽,
남고산성의 만경대에는 조용한 발걸음이 올랐습니다.
성벽 너머 산의 윤곽을 바라보며,
오래된 도읍의 흥망을 마음에 겹쳐넣고 있는
또 한 사람.
“천 길 높은 마루에 비껴 선 돌길,
올라서니 마음은 어찌할 바 없다.”
그의 시선에는
승전의 환호보다 먼저,
무너뜨리면 안 되는 것들의 얼굴이 지나갔습니다.
“푸른 산 아스라이 부여의 옛터,
노란 잎 흩날리는 백제의 성.”
역사는 번영과 몰락을 번갈아 입는다는 사실과
그 앞에서 지켜야 할 도리를 먼저 꺼내 든 사람.
그는 스스로를 다그칩니다.
“백 년의 호기가 한 서생을 그르치나니.”
설령 시대가 바뀐다 해도,
마음이 먼저 무너지지는 않겠다는 결기였습니다.
같은 밤,
같은 하늘 아래에서
두 마음은 엇갈렸습니다.
오목대의 노래는 “무엇을 새로 세울 것인가”를 묻습니다.
국경을, 제도를, 권력의 물줄기를
다시 놓아야 한다는 창업의 상상력.
만경대의 시는
“무엇을 끝까지 지킬 것인가”를 묻습니다.
정의와 충성, 법도와 기억,
말 그대로 ‘나라의 마음’을 붙드는 수호의 마음.
우리는 종종
승리의 다음 장에서 이 질문과 마주 서게됩니다.
"이길 수는 있다.
그러나 이긴 다음이 진짜 시작이다.
세우는 자는 지키는 자의 눈을 가져야 하고,
지키는 자는 세우는 자의 용기를 빌려야 한다.
두 마음이 서로를 품을 때만,
역사는 덜 아프게 넘어간다."
오목대의 등불이 흔들리고,
만경대의 바람이 깊어지는 밤.
한쪽은 새벽을 부르고 있고,
다른 한쪽은 해 질 녘의 성곽을 붙들어맵니다.
생각해봅니다.
오늘의 나에게도 두 마음이 필요하다는것을......
지나간 것을 무턱대고 허물지 않을 마음,
그리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과감히 재배치할 용기.
한 손에는 도리(道理)를 !
또 다른 한 손에는 변화(變化)를 ! 쥐고 걸을 때,
비로소 길은 길답게 나를 데려갈 것입니다.
누구나 삶의 변곡점 앞에 서게되면
노래와 시 사이를 오고 갈 수 있습니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
무엇을 지킬 것인가?
만일 당신의 오늘이
이 두 질문 사이에서 흔들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언덕 위의 바람일지라도.
성곽 위의 침묵일지라도.
큰 바람이든, 작은 숨결이든....
감사합니다.
※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동서학동에는
남고산성의 만경대(萬景臺)라는 곳이 있습니다.
남고산성은 견훤이 후백제를 건국했을 때 세운 산성으로
천경대, 만경대, 억경대라고 불리는 봉우리를 둘러싸고 있지요.
만경대에 오르면 그 명칭처럼 ‘만 가지의 경치’가 보인다고하는데
이곳 만경대의 한 바위에는 ‘만경대(萬景臺)’라는 글씨와 함께
정몽주가 남겼다는 시가 새겨져 있습니다.
고려 말 정몽주는 이성계와 함께
전라북도 남원시 운봉읍의 황산에서 왜구와 싸워 크게 이겼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개경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주를 지나가게 되었는데
그때 만경대에 올라 자신의 심회를 시로 읊었다고 합니다.

전주 만경대 암각서
.
바위에 새겨진 시는 정몽주의 문집인 『포은집』 제2권에 ‘登全州望景臺(전주 망경대에 오르다)’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千仞岡頭石徑橫 천 길 높은 산마루에 돌길 비껴 있는데
登臨使我不勝情 올라서자 내 심정 견딜 수 없게 하네
靑山隱約扶餘國 푸른 산 아스라한 곳이 부여국이요
黃葉繽紛百濟城 누른 잎 흩날리는 곳이 백제성이라
九月高風愁客子 구월의 고풍이 나그네를 시름케 하고
百年豪氣誤書生 백년의 호기가 서생을 잘못되게 했네
天涯日沒浮雲合 하늘가엔 해가 지고 뜬구름만 모이니
惆悵無由望玉京 서글퍼라 서울을 바라볼 길 없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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