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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유산

[몸의 유산.10]머리는 잊어도 몸은 기억한다

by the present 2026.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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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몸은 우리보다 오래 기억하는가

몸은 단순한 육체가 아닙니다.

몸은 내가 살아온 시간을 기억하는 또 하나의 기록입니다.

 

 

기억은 정말 머리만 하는 것일까요?

우리는 기억을 뇌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한 내용을 기억하고,

사람의 이름을 기억하고,

어제 있었던 일을 떠올리는 것은 분명 뇌의 역할입니다.

그렇다면 몸은 어떨까요?

몸은 그저 뇌의 명령을 수행하는 도구에 불과할까요?

25년 동안 파킨슨병과 함께 살아오면서 저는 이 질문을 수도 없이 던졌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머리는 기억을 저장하지만, 몸은 삶을 기억합니다.

 

 

몸은 반복을 통해 기억합니다.

잠시 아주 먼 시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갓난아기였습니다.

처음부터 걸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뒤집기를 배우고,

배밀이를 하고,

네 발로 기어 다니며,

수없이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합니다.

그 긴 시간을 지나 마침내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그 한 걸음은 우연히 만들어진 기적이 아닙니다.

몸이 수천 번의 반복을 통해 걷는 법을 기억한 결과입니다.

우리는 걷는 법을 배운 것이 아니라,

몸이 걷는 법을 기억하게 된 것입니다.

 

 

머리는 잊어도 몸은 잊지 않습니다.

시험을 위해 외웠던 공식은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립니다.

영어 단어도,

전화번호도,

읽었던 책의 내용도 희미해집니다.

그러나 몸으로 익힌 것은 다릅니다.

자전거를 타는 법.

수영하는 법.

젓가락질.

글씨를 쓰는 손놀림.

수십 년이 지나도 몸은 다시 그 길을 찾아갑니다.

몸은 반복으로 익힌 것을 쉽게 잊지 않습니다.

 

 

파킨슨병은 또 다른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처음에는 몸이 모든 것을 잊어버린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재활을 계속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몸이 기억을 잃은 것이 아니라,

몸속 깊이 저장된 움직임의 기억을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불러오지 못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재활은 새로운 움직임을 배우는 시간이 아닙니다.

몸속 깊이 잠들어 있는 기억을 다시 깨우는 시간입니다.

오늘 한 걸음.

내일 또 한 걸음.

그 반복은 몸에게

"너는 아직 기억하고 있어."

라고 말해 주는 과정인지도 모릅니다.

 

 

몸은 오늘도 나를 기억합니다.

돌이켜보면

몸은 저보다 훨씬 성실했습니다.

제가 포기하고 싶었던 날에도

몸은 살아가려 했고,

제가 희망을 잃었던 날에도

심장은 쉬지 않고 뛰어 주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몸에게 먼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고맙다."

오늘까지 나를 데리고 와 준

가장 오래된 친구 나에게.

 

오늘의 한 줄

머리는 잊어도 몸은 기억합니다.

그래서 오늘의 작은 반복은 언젠가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울 가장 큰 힘이 됩니다.

 

다음 이야기

《몸의 유산》 제11화

도리도리와 쥐암쥐암

몸은 언제부터 세상을 기억하기 시작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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