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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유산

[몸의 유산.제7화]기억은 왜 사라지는가

by the present 2026. 6.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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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잊기 위해 사는 걸까, 기억하기 위해 사는 걸까?

왜 어떤 기억은 평생 남고, 어떤 기억은 금세 사라질까?

 

이상한 일이다.

어제 점심 메뉴는 기억나지 않는다.

방금 어디에 안경을 두었는지도 잊어버린다.

그런데 30년 전 어느 봄날의 풍경은 선명하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손길.

첫사랑의 웃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했던 마지막 대화.

 

왜 어떤 기억은 사라지고,

어떤 기억은 평생 남는 것일까?

 

몸의 비밀

기억은 뇌의 서랍에 저장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기억이 뇌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억은 물건처럼 저장되지 않는다.

 

기억은

수많은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되며 만들어지는 흔적이다.

기쁨도,

슬픔도,

배움도,

사랑도,

모두 뇌 속 연결망 위에 새겨진다.

 

강한 감정이 담긴 기억일수록

더 오래 남는다.

 

그래서 우리는

전화번호는 잊어도

사랑했던 사람의 목소리는 잊지 못한다.

 

삶의 연결

잊어버리는 것도 능력이다

 

사람들은 기억력이 좋아지기를 원한다.

하지만 사실 뇌는

기억하는 만큼 잊어버리는 일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만약 모든 일을

하나도 잊지 않는다면 어떨까?

상처도,

후회도,

실수도,

모두 평생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뇌는

살아가기 위해

필요 없는 기억을 조금씩 정리한다.

 

망각은 결함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선물이다.

 

그런데 왜 당신은 잊히지 않을까

남편이 떠난 뒤

이상한 일이 생겼다.

 

어제 무엇을 먹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약을 먹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약통을 다시 열어보는 날도 있다.

 

 

그런데 남편과 처음 만난 날은 기억난다.

벚꽃이 흩날리던 봄날.

쌍계사 앞 다리.

수줍게 웃던 얼굴.

 

 

서울의 궁궐을 가기 전에

밤늦도록 공부해 와서 설명해 주던 모습.

 

"그래서 이번 달에는 얼마 벌었는데?"

하고 웃으며 묻던 목소리.

그런 기억들은

이상하리만큼 선명하다.

 

그때 문득 깨달았다.

 

사람은

머리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도 기억한다는 것을.

 

그래서 어떤 사람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몸이 가르쳐 준 것

기억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남기는 것이다

 

젊을 때 나는

기억이란 잃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알게 된다.

 

기억의 본질은

모든 것을 보관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소중한 것만 남기는 것이다.

 

어쩌면 사랑도 그렇다.

모든 순간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어떻게 변했는가를 기억하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은

과거를 붙잡는 일이 아니다.

현재의 나를 만들어 준 흔적이다.

 

오늘의 질문

당신이 평생 잊지 못할 기억 하나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그 기억은

지금의 당신을 어떻게 만들었나요?

 

 다음 편 예고

《몸의 유산》 제8화

왜 나이가 들수록 잠이 줄어들까

잠은 단순한 휴식일까?

아니면 몸과 기억을 정리하는 또 하나의 작업일까?

우리가 잠든 사이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몸은 때로 기억보다 먼저 안다.

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은 뇌가 아니라 가슴이다.

― 《몸의 유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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