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몸의 유산

[몸의유산.11]도리 도리와 쥐암 쥐암이 우리에게 남긴 것

by the present 2026. 7. 2.
반응형

몸은 말보다 먼저 기억해냅니다.

인간은 생각하기 전에 움직였습니다.

언어보다 먼저 몸이 있었고,

지식보다 먼저 감각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몸으로 세상을 읽기 시작합니다.

고개를 돌리고,

손을 움켜쥐고,

엄마의 얼굴을 바라보며

세상과 첫 관계를 맺습니다.

몸은 가장 오래된 기억이며,

가장 오래된 언어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언제부터 세상을 배우기 시작했을까요?

학교에 입학하면서일까요?

글자를 읽기 시작하면서일까요?

아니면 부모님의 말씀을 이해하게 되었을 때부터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보다 훨씬 이전이었습니다.

우리는 아직 한마디의 말도 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이미 세상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살아남기 위한 가장 오래된 수업을 시작합니다.

엄마의 심장 소리를 듣고,

빛을 향해 고개를 돌리고,

손가락을 오므렸다 펴며,

세상의 온도와 촉감을 몸속에 새겨 넣습니다.

누구도 교과서를 펼쳐 주지 않았지만,

몸은 스스로 배움을 시작합니다.

몸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훌륭한 스승이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기에게

"도리도리."

"쥐암쥐암."

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그것은 놀이가 아니었습니다.

몸에게 말을 거는 방식이었습니다.

움직여 보렴.

세상을 바라보렴.

손으로 만져 보렴.

네 몸이 세상을 기억하게 하렴.

 

우리는 흔히 지식을 머리에 쌓는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삶을 오래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았습니다.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은 머리가 아니라 피부가 기억합니다.

오래 걷던 흙길은 발바닥이 기억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품은 가슴이 기억합니다.

눈물 흘리던 밤의 떨림은 어깨가 기억합니다.

몸은 단 한순간도 삶을 잊지 않습니다.

 

그래서 몸에는 거짓말이 없습니다.

웃는 척할 수는 있어도

몸은 긴장을 숨기지 못합니다.

괜찮은 척할 수는 있어도

몸은 아픔을 감추지 못합니다.

우리의 몸은 언제나

우리보다 먼저 진실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병을 앓으며 이 사실을 다시 배웠습니다.

몸이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자,

비로소 몸이 얼마나 위대한 존재였는지를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아무 생각 없이 걷던 한 걸음이

얼마나 복잡한 기적이었는지,

고개를 돌리는 일이 얼마나 많은 근육과 신경의 협력이었는지,

손가락 하나 움직이는 일이 얼마나 놀라운 생명의 합창이었는지를

몸이 아프고 나서야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몸에게 너무 많은 일을 시키면서도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는지 모릅니다.

몸은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수십 년 동안 쉼 없이 심장을 뛰게 했고,

숨을 쉬게 했으며,

우리 대신 세상을 견디어 주었습니다.

 

도리도리.

쥐암쥐암.

그 작은 몸짓은 단순한 유아 놀이가 아니었습니다.

인간이 처음 세상과 인사를 나누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오늘 천천히 고개를 돌려 보십시오.

손을 가만히 쥐었다 펴 보십시오.

그 순간 당신은 새로운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 처음 세상을 배웠던 그 몸의 기억과 다시 만나게 될 것입니다.

몸은 잊지 않습니다.

잊는 것은 우리의 생각일 뿐입니다.

몸은 오늘도 조용히,

우리 삶의 모든 계절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