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중에 누군가 말기암이라는 진단을 받게 된다면
그 순간, 그 가족의 시간은 정지되고 맙니다.
의사의 입에서 나온 단 한 마디로
그 가족들의 삶 전체가 뒤바껴버리고,
‘일상’마저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됩니다.
우리도 그랬습니다.
남편은 위암 4기,
그것도 치명적이라는 보만 4형.
말로만 듣던 말기암의 이름표가
우리 집 문앞에 붙게 된 것입니다.
말기암이라는 단어는 언제나 무겁기만 합니다.
우리 가족에게 그 단어가 찾아온 날,
우리 모두의 시간도 멈춰섰습니다.
남편은 보만 4형 위암, 그것도 말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믿기지 않았습니만
그 순간부터 우리는 선택해야 했습니다.
이 절망 앞에서 무너지느냐,
아니면 함께 버티고 걸어가느냐.
7시간.
남편의 첫 수술은 그렇게 길었습니다.
병원 대기실에서 기다리던 7시간이
7년처럼 길게 느껴졌습니다.
대부분을 잘라낸 위 절제 수술이 끝난 후에도
우리 가족은 숨조차 돌릴 수 없었습니다.
딱 한 달 후, 췌장으로의 전이.
다시 수술.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복강경으로 수술 중,
십이지장과 췌장에 천공이 뚫렸다는 소식.
급히 수술방이 열리고, 의사들이 뛰어 들어갔습니다.
복강경으로 시작한 수술은 결국 개복수술로 전환.
한밤, 불 꺼진 병원 복도에서
나는 멎은 숨을 참으며 기도했습니다.
“제발, 살아만 주시길.....”
남편의 배에는 굵은 배액관이 꽂혔습니다.
복수가 흘러나왔고,
한 달간 물 한 모금도 넘길 수 없었습니다.
입술은 말라 터졌고,
체중은 20kg이 빠졌습니다.
기운이 없어 말도 못하고,
눈빛만 간신히 맞추던 그 날들.
그리고 항암.
손발이 타들어 가는 것처럼 붓고,
피부는 물집이 터지고 갈라졌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구토와 설사가 오갔고,
그 다음날은 또 변비로 고통스러워했습니다.
식욕은커녕,
물 한 모금에 희망을 담아
억지로 밥을 입에 넣는 남편을 보며
나는 눈을 감았습니다.
몸이 망가지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의 마음은
말라붙는 모래밭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포기하지 않은 단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살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꿈’.
남편은 병상에 누워서도 노트북을 펼쳤습니다.
중국어를 공부하며,
언젠가 중국 전역을 테마여행으로 걸어보겠다는 꿈을 꾸었습니다.
가족끼리 시안에서 장안까지.....
정말 그렇게 할 거라는, 믿음의 울림이 있었습니다.
매달
이어지는 항암주사,
15일 동안 끊이지 않는 항암제 복용.
구토와 설사, 변비가 반복되고 손발에는 물집이 잡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웃었습니다.
식욕이 없어도 억지로 식욕촉진제를 먹어가며
체중을 다시 늘렸습니다.
6개월 만에 6kg을 회복하자,
주치의는 말했습니다.
“환자분은 예후가 아주 좋습니다.
이렇게만 간다면 3년은 걱정 없을 것 같습니다.”
그날, 우리는 그저 '살아있음' 하나만으로
축배를 들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병도, 두려움도 우리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남편은 딸과 함께 매일 아침 출근을 합니다.
딸의 사무실까지 운전을 해주고
함께 차도 마시고,
책을 읽고, 웃고 떠드는 몇 시간.
하지만 그 몇 시간이 주는 치유는,
그 어떤 항암제보다 강력합니다.
우리 가족이 배운 진실은 하나였습니다.
병은 몸을 아프게 할 수 있어도,
우리의 ‘삶’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는 것.
우리는 더 많이 웃으려 했고,
더 많이 꿈꾸려 했으며,
무엇보다 ‘지금 여기’를 소중히 여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도저히 말기암 환자 얼굴이 아니에요. 얼굴빛이 너무 좋아요.”
그 말이 우리에겐 얼마나 큰 선물인지 모릅니다.
그 얼굴빛 하나로, 우리는 매일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도
지금 누군가 병상에 누워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의 병마를 곁에서 지켜보고 계신 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 마음, 저희는 너무나도 잘 압니다.
밤마다 무너지는 마음을 꾹 눌러 앉으며
눈물 대신 미소를 띄워야하는
그 쓰라린 연극을,
저희도 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마음이, 기적을 만듭니다.
당신의 일상이, 약이 됩니다.
희망이란
큰 병을 이겨내는 기적을 바라는것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무사히 견뎌낸
당신 자신에게 보내는 박수입니다.
우리는 완치라는 말을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삶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 선택의 끝에
작은 희망 하나가 피어날 것을
우리 가족은 믿고 또 믿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 희망이 전파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오늘,
이렇게 살아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대한 날이니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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