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이럴수가

내가 바라보던 풍경이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 그 순간

thepresent선물 님의 블로그 2025. 3. 19. 08:32
반응형

천은사 호숫가

 

 

 

물 위에 비친

하늘을 바라보다 문득,

 

나는

나인지, 호수인지,

하늘인지 헷갈리고 말았지.

 

 

오래된 벤치는

이미 나를 품은 지 오래고,

 

솔향기 품은 바람은

이미

나의 숨이 되어 들고나고 있었지.

 

 

내가 바라보던 풍경이

나를 바라보기 시작한 그 순간,

 

나는 그제야 알 수 있었지.

 

내가 자연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니라,

자연이 이미 나를 비추고 있었다는걸.

 

 

하늘은 호수의 거울을 빌려

진작부터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었지.

 

 

내 안의 슬픔을 토닥여주고 있었던

소나무 가지의 흔들림들까 지도.....

 

 

벤치 위에 나는

자연이라는 무대 위에서

잠시 앉아 숨을 고르던 한낮 나그네일 뿐이지.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자연은

나의 삶을 준비하고,

나의 이야기를 기다려왔던 주인공이었으니까.

 

 

 

그래서일까

그날 이후, 나는 자꾸만

 

내가 천은사를 찾는 게 아니라,

천은사가 나를 찾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네.

 

나는 오늘도

자연이 보내준 초대장을 손에 꼭 쥐고 앉아

천은 지 벤치에서 숨을 고르고 있네.

 

 

천은사 호숫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