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몰랐을까.파킨슨 약과 간경변 그리고 잃어버린 시간

나는 오랫동안
파킨슨병과 싸우며 살아왔다.
손이 떨리고,
몸이 굳어가고,
움직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병.
그런 나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우선 떨리는 몸을 진정시켜야 했다.
병원에서
의사가
처방해 주는대로
파킨슨 약을
꾸준히 꼬박꼬박 잘 챙겨서
먹었다.
아니,
먹어야만 했다.
그래야 움직일 수 있었고,
그래야 살아갈 수 있었다.
그런데
그 약이 나를 살리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서서히 내 몸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사실.
그런 사실을 깨닫는데 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B형 간염 보균자였다.
하지만 나는
그 사실을
그렇게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저 조심하면 되는 문제라고 생각했고,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뿐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간을 보호해주기는 커녕
매일같이
더 혹독하게 혹사시키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피곤했다.
늘 피곤했다.
쉬어봐도 늘 힘없고 무기력한
피로감.
손발 끝이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어느 날부터는 이상할 정도로 붉어지기도 했다.
눈을 뜰 때마다
흰자위가 붉게 물들어 있었고,
코피가 아무 이유 없이 흘렀다.
배에서는 꼬르륵 거리는 소리와
출렁거림
트림과 방귀가 끝없이 나왔다.
하지만 나는 생각했다.
“파킨슨병 때문에
장 근육이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서 그러겠지.”
그런데,
아니었다.
실은
내 간이 죽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간경변 진단 ....
내 몸이 보내왔던 경고를
나는 무시했었다.
의사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간경변이 많이 진행되었습니다.”
간.경.변....?
나는 단순히 피곤했던 것 뿐이었는데?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그리고,그제서야
모든 증상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지는듯 싶었다.
코피,
실핏줄 터짐,
배의 출렁거림,
멍이 잘 들던 것,
극심한 피로감,
시력 저하…
이 모든 것들이 신호였다.
내 몸이 외치고 있었던 것이다.
“제발 좀 알아차려라,
나는 지금 한계에 와있다.”
나는 그 신호를 무시했고,
내 몸은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약을 먹으며
파킨슨을 이겨내보려 했었지만,
정작 나를 지켜주고 지탱해줄
간이 점점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간은 침묵한다.
그래서 더 무섭다.
아플 때 알아차릴 수 있다면
차라리 다행이었을텐데,
간은 그렇게 쉽게 신호를 보내주지 않는다.
그저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무너질 뿐이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간암 판정을 받았고,
결국 간 절제술을 받았다.
간의 일부를 도려내면서, 나는 깨달았다.
“이제부터는
내 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나는 더 이상 내 몸을 무시할 수 없었다.
나는 이제부터
내 간을 살리는 삶을 살아야 했다.
약을 조금씩 조금씩 줄여가면서,
내 삶의 길을 찾기 시작했다.
간을 보호하는 음식,
나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나갔다.
내 몸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무지하지 않다.
나는 이제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외면하지 않는다.
나는 살아야 한다.
그리고 살아갈 것이다.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당신에게
혹시 지금,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지는 않나요?
파킨슨 약을 복용하고 있나요?
B형 간염 보균자이면서,
간을 돌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지는 않나요?
제발,
지금이라도
몸이 보내오는
작은 신호를 무시하지 마십시오.
피곤함, 소화 장애, 눈의 실핏줄, 멍, 코피 등등…
이것들은 그저 사소한 증상이 아닙니다.
그 작은 신호들이 쌓이면,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순간이 오게됩니다.
나는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당신에게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당신의 몸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당신이라고.”
감사합니다.
[다음 이야기]
나는 내 몸과 대화하기 시작했다 – 간을 살리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