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즐겁게

덜어낼수록, 더 깊어지는 향기처럼....

thepresent선물 님의 블로그 2025. 6. 17.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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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나에게

자꾸만 더 가지라고 말합니다.

 

 

더 벌고,

더 얻고,

더 사랑받고,

더 건강하라고.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몸이 내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만 좀 채워라. 이제는 좀 비우자.”

 

 

저는 오랫동안 병과 함께 살아왔습니다.

 

 

파킨슨이라는 이름조차 몰랐던 시절,

 

그저 이유 없이 넘어지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입을 열지 못하던 날들 속에서

 

나는 끝없이 ‘이유’를 채워 넣으려 했었죠.

 

병을 고치기 위해 약을 더하고,

외로움을 달래려 말을 더하고,

삶을 되살리기 위해 애써 표정을 만들고,

 

 

심지어는 죽음 앞에서 까지도

무언가를 더 품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나의 삶을 다시 돌려준 건

 

‘하나 더’가 아닌 ‘하나 덜’이었던 것 같습니다.

 

 

 

약보다 먼저, 나는 해로운 음식을 내려놓았습니다.

 

 

간을 망가뜨릴 약보다 더 무서운 건,

무심코 들이킨 습관이란 독이었지요.

 

 

보약을 찾기 전에,

나는 나를

해치는 것을 멈추는 법부터 배워야 했습니다.

 

 

사람 사이에서도 같았습니다.

 

사랑하는 누군가에게도

멋진 선물이나 감동적인 말보다는,

 

그 사람이 아파하는 말

한마디를 삼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의 상처 속에서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나는

말 대신에 침묵을,

조언 대신에 들을수 있는 귀를,

 

억지로 다가감 대신

조용한 기다림을 배웠습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입니다.

 

갖지 못한 것들을 세는 대신,

 

이미 가진 것들에서

불필요한 욕심을 하나씩 덜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욕망은 늘 끝이 없고,

그 끝없는 길 위에선 결코 쉴 수 없기에

저는 멈추기로 했습니다.

 

 

그저 ‘지금 여기’를 살아보기로요.

 

 

그리고 이제야 야율초재의 말을 곱씹어 봅니다.

 

 

 

“하나의 이익을 얻는 것이, 하나의 해를 제거함만 못하고

하나의 일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일을 없애는 것만 못하다.”

 

 

 

삶을 살다 보면

우리는 종종 '뭘 더 해야 하지?'에만 매달립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이미 내 안에 들어와 있는

고통과 중압,

두려움을

하나씩 내려놓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나는 매일 걷습니다.

 

맨발로 산을 오르며,

땀에 절은 채로 햇살을 맞습니다.

 

 

어디가 아픈지도 모를 때는,

아픈 곳을 없애려고만 애썼지만

 

지금은 그저,

쓸데없는 욕망 하나를 걷어낸 빈자리에

 

바람 한 줄기,

새소리 한마디,

 

그리고 나 자신이 앉도록

조용히 자리를 마련해주는 법을 배웠습니다.

 

 

인생은 욕심의 그릇이 아니라,

비움의 그릇일지도 모릅니다.

 

 

 

덜어낼수록,

더 깊어지는 향기처럼.

 

 

감사합니다.